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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말고 동거'라는 TV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동거하는 커플의 생활을 보여주는 브이로그식 프로그램입니다. 70~80대 분들이 보신다면, '세상 말세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미디어는 현재를 반영하는 만큼, 결혼과 성에 대한 인식, 태도가 바뀌어간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동거하는 커플도 점점 늘고 있는 게 사실이고, 20~30대들은 동거에 거부감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프랑스는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합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결혼문화, 동거 제도는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결혼문화는 다르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결혼 문화는 많이 다릅니다. 프랑스에서 결혼하는 것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프랑스에서는 결혼을 하기 전에 무조건 남녀가 같이 사는 동거가 선행됩니다. 한국에서는 동거를 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우리 집에선 허락을 못한다"느니, "우리 집에 이게 왠 일이냐."느니 어른들이 노발대발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동거는 무조건'은 아니지만, 많이 합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가정도 정말 많습니다. 동거하는 사람도 결혼한 부부와 동일한 세금혜택이 있고, 주어집니다. 그런데 왜 프랑스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걸까요? 첫 번째는 금전적인 이유에서 입니다. 우리나라의 결혼식은 길어야 30분입니다. 요새 스몰 웨딩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본인이 원했던 공간을 대여해서 길게 하시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30분 전후입니다. 프랑스는 어떨까요? 프랑스는 결혼식을 이틀동안 합니다. 옛성(샤토)를 빌리고, 음식도 만들고 해서, 초대한 분들과 이틀 내내 파티를 하는 거죠.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혼율에 있을 겁니다. 프랑스는 결혼한 두 커플 중 한 커플이 이혼을 할 정도로 이혼율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다 보니, 결혼식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동거도 법적으로 보호가 되니, 결혼식을 해서 돈도쓰고, 복잡한 제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겠지요.
프랑스 동거 제도, 팍스(PACS)
프랑스 동거 인정 제도를 팍스라고 합니다. 팍스 PACS(Pacte civil de solidarite)는 위키백과에 따르면 '시민 연대 계약'입니다.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두 이성 또는 동성 간의 시민 결합제도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즉,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커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과 보장되는 제도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정식 커플로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미혼과 기혼사이의 중간 단계쯤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사실혼을 법제화했다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사람들은 결혼을 한 사람이건, 팍스 제도 안에 있는 사람이건 , 그냥 동거를 하는 사람이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가족의 형태를 결정하고 살아갑니다. 왠지 자유로운 시민 의식이 있는 나라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과는 달리 사랑한다라는 표현에는 인색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애한 지 일주일이 되어도, 한 달이 되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금방 또 자주 합니다. 연애한 지 두어 달 후에 결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결혼도 합니다. 프랑스에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프렌치 키스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표현에 적극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을 수도 있는데요.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하고 입 밖으로 낸다고 합니다. 그들은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와 책임을 둔다고 하네요. 그러니, 프랑스 사람과 연예하는 분들은 '쥬뗌무'라는 말은 천천히 하시는게 좋습니다.
동거 제도, 시대의 흐름이라면
'결혼식을 한다.'라고 표현을 한다면, 팍스는 '체결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일종의 계약 같은 느낌입니다. 팍스는 프랑스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방문할 날짜를 예약한다고 합니다. 방문할 때 필요한 서류는 출생증명서 원본, 신분증사본(원본증 지참), 미혼증명서, 관습증명서 등입니다. 팍스 담당자를 만나 서류를 제출하고, 팍스 체결 날짜를 잡은 후 신분증을 가지고 다시 방문하면 된다고 합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해 보입니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2030년에는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전망은 1999년에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20대에게 한 설문조사를 보면 '결혼은 꼭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은 약 30%로 , 2018년도 48%보다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족의 한 형태인 동거를 위한 법적 장치는 거의 준비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병원을 갈 때 보호자가 될 수도 없고, 동거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를 위한 제도도 미흡합니다. 동거인의 통계도 정확히 잡힌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행복과 사랑의 완성이 결혼제도가 아닌 만큼, 진정 행복한 삶을 생각할 수 있는, 현실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동거 가족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고 차별적인 문화를 없애기 위해 프랑스 팍스제도의 도입을 고민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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